목적: 백업
1. 개요
한국어로 뇌와 니모닉을 합쳐 ‘뇌모닉’이 되었으며, 개인 지갑의 니모닉을 암기하는 것을 말한다. 영어로는 Brain Wallet으로 통칭된다. 니모닉은 12 ~ 24자의 무작위 영어 단어로 이루어져 있어 일부 비트코이너나 상당량의 암호화폐를 보유한 사용자 일부를 제외하고는 외워야 한다는 생각 자체를 하는 경우가 드물다. 하지만, 니모닉을 영구적으로 기억할 수만 있다면, 어디에서든 자금에 액세스할 수 있고, 그 누구도 탈취할 수 없는 가장 강력한 금고가 될 것이다. 따라서 니모닉 단어를 아무런 방법론 없이 외워도 되지만, 보다 효과적으로 외우기 위해 다채로운 암기법이 소환되는데 그 중 시도해 본 암기법을 소개한다.
2. 암기법
2-1. 기억의 궁전법
BBC 드라마 셜록에 나와서 유명해진 방법이다. 드라마 속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고대 그리스 시대부터 사용되었던, 그리고 현재에도 누구나 할 수 있는 기억술(Mnemonics)이라고 한다.
고대 그리스 시인 시모니데스가 기억의 궁전법의 다른 이름인 장소 기억법(method of loci)을 창시했다고 알려져 있다. 그가 연설하던 연회장이 무너진 참사가 발생했는데 그는 당시 유일한 생존자로 희생자들을 장소와 연계해 모두 기억해내면서 만들어진 방법이라 한다.
오늘날 기억의 궁전법은 기억력 세계 대회 참가자, 다개국어 능통자 등이 사용하는 방법이라고 알려져 있다. 세계 곳곳의 기억의 궁전법 마스터들은 머릿속에 무려 1,000개 이상의 장소가 자리하고 있다고 한다.
기억력 세계 대회의 가장 쉬운 종목이 무작위 단어 외우기라고 하니 많아봤자 24개 단어 외우기는 식은 죽 먹기가 되겠다. 그리고 기억의 궁전법은 단편적, 분절적 정보 암기에 강점을 보인다고 하니 더 찰떡이다.
기억의 궁전법을 이용해 니모닉 단어를 외우려면 외울 니모닉을 먼저 준비하자. 지금부터 1) 시선을 자연스럽게 이동할 수 있는 공간과 2) 약간의 상상력이 필요하다.
1.
공간과 동선 선정: 익숙한 장소, 구체적으로 상상할 수 있는 장소가 좋다고 한다. 동선은 자연스럽게 연결되면서 최소 한 뼘의 거리는 있는 공간이 좋다.
예를 들어, 벽을 따라 반시계 방향으로 시선을 이동한다. 집이 공간이고 많은 장소가 필요한 경우, TV, 소파, 신발장 등 기능을 가진 물건도 장소로 선정할 수 있다. 단, 비슷한 기능을 가진 물건의 나열은 기억 간 간섭을 유발하므로 피하는게 좋다. (예: 식탁의 의자 1, 의자 2, 의자 3, 의자 4)
혹은 자연스럽게 이동할 수 있는 공간도 괜찮은 것 같다. 주차장 → 아파트 공동 현관 → 엘리베이터 → 우리집 현관 → 화장실 → 방 이런 식이다.
24개의 단어를 외워야 한다면 자연스러운 동선으로 24개의 장소를 선정하는 것을 추천한다.
2.
단어 매핑: 장소 선정이 끝났다면, 눈을 감고 동선을 따라가며 차례대로 장소에 단어를 매핑한다.
이 때, 최대한 상상력을 자극하여 오래도록 기억할 수 있는 강력한 이미지를 떠올리면 좋다. 인간의 뇌는 익숙한 것 보다는 원초적인 것, 기괴한 것, 이상한 것, 야한 것, 강한 감정을 느끼는 것, 충격적인 것을 쉽게 기억한다고 한다. 하지만 어떤 이들은 현실에서 일어날 법한 일, 논리정연한 상상을 활용해야 기억이 더 잘 된다고 하니 취향에 맞게 구상해도 괜찮을 듯하다.
기억의 궁전을 제대로 만들었다면 큰 노력을 하지 않아도 동선의 첫 장소를 떠올리면 자연스럽게 연쇄적으로 단어가 떠오르는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된다.
드물게는 지금 사는 집이 영원하지 않을 것 같아서 세계의 도시를 정하고 서쪽으로 이동하며 이미지를 매핑하는 사람도 봤다. 이렇게 자신 취향에 맞는 동선을 얼마든지 정할 수 있는 듯하다.
적용 시 어려운 점
대부분의 니모닉 문구는 영어 단어로 이루어진다는 것을 전제로 한 어려움이다. BIP-39의 2,048개의 단어에는 명사, 동사, 형용사, 부사, 대명사 등 각종 품사의 단어가 포함되어 있다. (한글로 바꾸면 괜찮을까 싶지만, 더 생소하고 어려운 단어가 많아 포기했다. 웬만하면 영어로 하자.)
1.
어려운 단어: 단어 자체가 생소한 영단어인 경우가 있다. 이럴때는 영어 사전이 필요하다.
2.
상상력을 동원하기 어려운 단어들: 2048 니모닉 사전에는 이미지를 만들기 어려운 단어들이 상당히 보인다. 예를 들어, people, person 같은 일반 명사, 심지어 this, that 같은 지시 대명사, then 같은 부사도 니모닉 사전에 포함되어 있다.
3.
동사: 형용사, 명사, 부사에 비해 동사는 위에 소개한 기억술에 적용하기 힘들 수 있는 경우가 있는데 이럴 때는 좀 더 상상력을 발휘하여 역동적인 장면을 떠올리면 도움이 된다.
2-2. 이야기 기억법
니모닉 단어로 구성된 보다 유기적인 이야기를 만들어 기억하기도 한다. 기억해야할 단어를 시간적으로 배열하기 때문에 니모닉 단어를 순서대로 외울 수 있다.
하지만, 니모닉 단어 자체가 연결성이 없기 때문에 이야기를 만드는 것 자체가 어렵다. 니모닉 단어 간 연관성이 없어서 억지스러운 이야기를 만들어 낼 수 밖에 없고, 심지어 이야기 지어내는 것을 고통스러워 하기도 한다. (MBTI의 N 수치가 엄청 높은 사람이 아니라면 그냥 이야기 궁전법으로 외우는 것을 추천한다.)
아주 특수한 경우가 아니고서는, 니모닉의 특성 때문에 처음 이야기를 만들 때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 (보통의 똑똑이들도 30분은 걸리는 것 같다.) 이야기를 만들어 낸다 해도 기억을 온전히 하려면 (기억의 궁전법에 비해) 각고의 반복 학습을 요한다. 아무리 재미있는 전래 동화라도 특정 단어를 하나 하나 기억하면서 읊는 것이 자연스러운 것이 아니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될 거 같다.
3. 복습
기억은 망각할 수 있기 때문에 주기적으로 온전하게 외우고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필수이다. 에빙하우스의 망각곡선 이론에 의하면 시간이 지날수록 학습한 내용은 점차 잊혀져 간다. 하지만, 복습을 통해 망각 속도를 느리게 하고 심지어 복습을 반복할수록 장기 기억으로 남는 양이 많아진다고 한다.
4. 마무리
기억술을 잘 활용하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던 니모닉을 생각보다 쉽게 외울 수 있어서 당황스러울 수도 있다. 그리고 뇌를 다치지만 않는다면, 그리고 미래에 뉴럴링크가 인류를 위협하지 않는 한, 뇌모닉도 영 불가능한 이야기는 아니다. 하지만 다른 사람에게 니모닉을 외우고 있다는 것은 절대 티내지 말자. ‘왜 니모닉을 외우기까지 하지? 크립토 부자인가?’ 싶어서 위협을 당할 수 있다.